글이 길어지는 진짜 이유부터 살핍니다
안내 글이 점점 길어질 때 우리는 내용이 복잡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설명을 한 문단씩 덧붙인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쌓인 문단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한 사람이 한 번 방문해서 필요한 정보는 그중 일부입니다. 그래서 편집의 첫 일은 새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가정하고 그 단계에 필요하지 않은 문단을 가려내는 일입니다.
한 가지 예: 서비스 신청 안내 글
어떤 서비스의 신청 안내 글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글에는 서비스 소개, 신청 자격, 필요한 서류, 접수 방법, 처리 기간, 변경과 취소 방법, 다른 서비스와의 차이, 자주 묻는 질문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세 부류로 나뉩니다. 이 서비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비슷한 서비스와 비교하는 사람, 이미 신청하기로 정하고 방법을 찾는 사람입니다.
세 부류에게 같은 순서로 같은 분량을 읽게 하면 누구에게도 맞지 않습니다. 소개가 궁금한 사람에게 접수 서류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고, 신청을 앞둔 사람에게 서비스 역사를 읽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1단계: 문단마다 어느 단계의 답인지 표시합니다
글을 출력하거나 복사해 문단마다 탐색, 비교, 실행 중 하나의 표시를 붙입니다. 서비스 소개는 탐색, 다른 서비스와의 차이는 비교, 필요한 서류와 접수 방법은 실행에 해당합니다. 표시가 어렵다면 그 문단이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신호이므로 문장을 다시 읽어 봅니다.
표시를 마치면 한 단계의 문단이 지나치게 많은 글이 보입니다. 실행 문단이 대부분인 글은 실행 안내 글로 제목을 바꾸고, 탐색 문단은 소개 글로 분리하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남겨야 할 불편한 조건을 골라냅니다
덜어내는 작업에서 주의할 점은 읽기 불편한 조건까지 함께 지우지 않는 것입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예외, 기한이 지나면 변경할 수 없다는 제한은 독자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런 문장은 짧더라도 해당 단계의 본문에 남겨 두고 관련 절차와 가까이 배치합니다.
반대로 어느 단계에서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연혁이나 일반적인 자랑은 소개 페이지로 옮겨도 무방합니다.
2단계 보충: 문단을 옮길 곳이 없을 때
덜어낸 문단을 옮길 곳이 없다면 억지로 새 글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정말 필요한 내용이라면 소개 글이나 자주 묻는 질문 정리글의 한 항목으로 두고,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라면 과감히 삭제합니다. 삭제한 문단은 별도 파일에 남겨 두면 나중에 문의가 반복될 때 다시 쓸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듭니다.
옮기기 전에 그 문단이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다른 곳에 이미 있는지도 확인하세요. 같은 설명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정보가 바뀔 때 일부만 고쳐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서만 자세히 설명하고 나머지에서는 요약과 연결만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3단계: 나눈 글을 목적이 보이는 링크로 이어 줍니다
글을 나누면 서로를 연결해야 합니다. 이때 자세히 보기처럼 목적이 보이지 않는 링크 문구는 독자가 다음 화면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신청 후 변경 방법, 필요한 서류 목록처럼 이동한 뒤 얻을 답을 문구에 담습니다. 링크 대상이 최신 내용인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또 링크를 따라가지 않아도 현재 글의 결론은 이해되어야 합니다. 같은 정의를 모든 글에 복사하지 말고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연결하면 나중에 내용이 바뀌어도 고칠 곳이 줄어듭니다.
편집이 끝나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확인합니다
수정한 글의 제목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여 주고 어떤 답을 기대하는지 물어봅니다. 본문을 읽은 뒤 기대한 답을 찾았는지, 어느 문단에서 멈추었는지를 기록하면 더 줄일 부분과 보강할 부분이 드러납니다. 편집의 목표는 글을 짧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지금 내려야 할 선택의 근거를 가장 앞에 두는 것입니다.
편집 내용은 날짜와 함께 간단히 기록해 두면 다음 담당자가 왜 문단이 빠졌는지 이해하고, 같은 설명이 다시 덧붙여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기록에는 수정한 날짜와 이유, 확인한 사람을 함께 적어 두세요.